샘조세프 벨란겔은 올 시즌 가장 큰 성장세를 보여준 선수 중 한 명이다. KBL 무대를 밟은지 어느 덧 2년. 이제 벨란겔은 한국가스공사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입지가 커졌다. 기량발전상 레이스 선두를 달리고 있는 새로운 스타 벨란겔을 루키가 만나보았다.

*본 기사는 루키 3월호에 게재됐습니다.

 

배움의 열정

샘조세프 벨란겔이 한국 땅을 처음 찾은 것은 지난 2022년 여름이다. 그는 최초의 필리핀 아시아쿼터 선수로 KBL에 입성했다. 첫 시즌엔 코트 안팎에서 많은 난관을 만났지만, 이제는 한국 생활과 KBL에 모두 적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구체육관에도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벨란겔을 응원하는 팬들이 상당히 많다.

의미 있는 소포모어 시즌을 보내고 있는 벨란겔. 자신 스스로는 올 시즌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스스로에 대해 전체적으로 평가를 하자고 하면 굉장히 훌륭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KBL이라는 터프한 리그에 와서 두 번째 시즌을 이렇게 보내고 있는데 매순간 배워간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아직 이번 시즌도 다 끝이 난 게 아니기 때문에 매 경기 배운다는 자세로 이렇게 지금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벨란겔의 이야기다.

생활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것이 달라졌다. 지난 시즌과 달리 외출도 자주한다고.

"더 많이 돌아다니는 것 같아요. 첫 시즌에는 저도 내성적이다 보니 선수들한테 마음을 빨리 못 열고 선수들과 같이 밖을 돌아다닐 기회도 적었거든요. 이번 시즌이 돼서야 어린 선수들과 조금 더 가깝게 지내게 됐고, 베테랑 선수들과도 더 친해진 것 같아요. 그래서 다 같이 시간을 보낼 기회가 많아지다 보니 식당도 돌아다니고 그러는 것 같습니다."

"주로 국내선수들이 가자는 곳을 많이 따라가는데 종종 아웃백도 가고 대구 현대백화점에 있는 텍사스 로드하우스라는 곳도 많이 가요. 그리고 제가 한국 문화를 굉장히 좋아하고 한국의 패션도 좋아해서 다른 선수들과 함께 미용실도 가고 다양한 걸 많이 시도해보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설렁탕입니다. 부산 원정에 갔을 때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더라고요. 그래서 대구에 와서도 자주 찾아서 먹어요. 그리고 저도 니콜슨처럼 도가니탕도 좋아해요.(웃음)"

올 시즌 벨란겔의 활약은 매우 인상적이다. 가스공사의 붙박이 주전 가드가 된 것은 물론이고 막강한 화력을 활용해 평균 득점이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지난 시즌 평균 18분 48초 동안 뛰었던 벨란겔은 올 시즌 29분 8초를 소화하고 있고, 평균 득점은 7.0점에서 12.9점으로 수직 상승하고 있다. 덕분에 그는 올 시즌 강력한 기량발전상 후보로 꼽히고 있다.

자신이 기량발전상 후보로 꼽히고 있는지 묻자 벨란겔은 "부모님이 그런 얘기를 해주셨다"며 웃어보였다.

"부모님이 약간의 언질을 해주셔서 그런 사실은 알고 있었어요. 다만 저 같은 경우에는 팀 승리가 가장 중요하고 승리에만 집중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승리를 위해서 제가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부분을 배워야하는지 집중하고 있습니다.“

"저는 농구적으로는 아직도 배워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KBL의 경우 시즌이 무척 길기 때문에 부상을 예방하고 몸 상태를 잘 관리하기 위한 준비법에 대해 배우고 있습니다."
가스공사 측의 이야기에 따르면 벨란겔은 힘들어도 힘들다고 절대 티내지 않는 선수라고 한다. 부상도 큰 부상이 아니면 웬만하면 경기에 뛰려고 한다고.

이에 대헤 벨란겔은 "이기려고 하다 보니 그런 모습이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기려는 마음이 강하다 보니 그런 자세가 나오는 것 같아요. 그리고 벤치에서 동료들이 환호해주고 잘할 수 있다고 용기를 주는 말 한 마디를 해주면 부상이 좀 있거나 지쳐도 다시 힘을 얻는 것 같아요. 제게 동기부여가 되는 부분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토니 파커, 그리고 플로터

벨란겔의 가장 큰 무기는 플로터다. KBL은 아직 플로터가 주류가 된 리그가 아니다. 국내 선수 중 김선형 정도만 플로터를 활용해 수비를 괴롭힌다. 그리고 올 시즌 벨란겔은 리그에서 플로터를 가장 잘 구사하는 선수 중 한 명으로 올라섰다. 2대2 게임에 이어 플로터를 활용해 페인트존을 어택하는 능력이 발군이다.

벨란겔은 어떻게 플로터를 자신의 무기로 발전시켰을까? 일단 계기는 자신의 신체조건이었다.

"아주 어렸을 때는 사실 신체적으로 크게 부족함을 못 느꼈어요. 그래서 어떤 걸 해도 통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다른 선수들이 점점 더 커지고 그러면서 신장의 열세가 생기더라고요. 그때부터 제가 새롭게 가져갈 수 있는 무기를 고민했고, 플로터를 택하게 됐어요.“

"하루도 쉬지 않고 플로터를 연습했던 것 같아요. 특히 그 당시에 가장 동경했던 선수가 토니 파커였거든요. 플로터를 위해서 영상을 찾아보다가 좋아하게 됐어요. 토니 파커의 티어 드랍(tear drop)을 보면서 저도 그런 기술을 꼭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유로리그 경기도 많이 보고 하면서 플로터를 익혔던 것 같습니다.“

루키 시즌에 KBL 무대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벨란겔은 강혁 감독대행과 함께 하는 올 시즌부터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오프시즌 자체가 저에겐 굉장히 힘든 시기였어요. 그래도 감독님이 제게 주시는 그 신뢰가 큰 힘이 됐어요. 감독님의 그 신뢰만 그대로 있다면 어떤 어려움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걸 바탕으로 시즌을 준비하다 보니 감독님과의 좋은 관계가 구축됐다고 생각해요. 여기에 감독님뿐만 아니라 동료들도 제게 큰 신뢰를 줬고, 덕분에 이번 시즌에 좀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벨란겔은 가스공사 팬들 사이에서 '엔젤(angel)'이라고 불린다. 그의 라스트 네임(Benlangel)에서 따온 별명이다. 실제로 벨란겔은 동료들, 스태프와 굉장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등 선한 성격으로 정평이 나 있다.

벨란겔은 자신의 별명에 대해 "굉장히 좋아한다. 굿보이처럼 느껴진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정말 착하냐고 묻자 이번엔 쑥쓰러운 듯 "아마도?"라며 웃어보인 그다.

벨란겔의 농구선수로서의 목표는 가능한 한 많은 경험을 하면서 해외리그에서 뛰는 것이다.

"저는 아직 제가 젊은 나이라고 생각을 하고, 가능만 하다면 필리핀이 아닌 해외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농구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어요. 궁극적으로는 코트에서 제가 보여드리는 모습이 다른 어린 선수들의 귀감이 됐으면 하고, 가족을 잘 뒷바라지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도 꿈입니다. 가족이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거거든요. 이런 기준을 가지고 가장 좋은 선택을 앞으로도 해나가가고 싶습니다.“

 

BONUS. 가스공사의 원투펀치, 벨란겔-니콜슨

올 시즌 한국가스공사의 실질적인 원투 펀치는 벨란겔과 앤드류 니콜슨이라고 할 만하다. 김낙현, 이대헌 등 다른 주축 선수들의 컨디션과 경기력이 온전치 않은 상황에서 벨란겔-니콜슨 중심의 공격 시스템이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벨란겔과 니콜슨의 픽앤팝 게임은 알고도 못 막는 공격 옵션이다. 니콜슨이 팝아웃을 통해 공간을 벌리고, 그로 인해 발생한 미드레인지 공간을 벨란겔이 점퍼 혹은 플로터로 공략하는 것은 이제 가스공사 팬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광경이 됐다.

수비에서 약점이 뚜렷하다고 평가받았던 루키 시즌과 달리 이제 벨란겔은 수비에서도 많은 것이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스크린 대처 능력, 상대 핸들러를 따라가는 움직임 등이 좋아졌고,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수비 로테이션 이행 능력도 크게 좋아졌다는 것이 가스공사 코칭스태프의 평이다.

벨란겔의 성장세 덕분에 가스공사는 시즌 중반부터 대반전을 일으키며 까다로운 고춧가루 부대로 거듭날 수 있었다. 니콜슨이 과거와 달리 수비와 리바운드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선수로 변화했다면, 벨란겔은 그 자체로 코트에서 훨씬 더 묵직하고 날카로운 선수로 거듭났다.

사진 =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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