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전술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실제 코트에서 벌어지는 전술들을 모두 이해하기에 일반 팬들에겐 어렵고 낯선 부분들이 너무 많다. <전술 딕셔너리> 코너를 통해 실제 경기 장면을 살펴보면서 전술을 보다 쉽고 재밌게 파악해보자.

*본 기사는 루키 2024년 1월호에 게재됐습니다.

김민욱의 오픈 찬스를 만드는 소노의 공격

1. 이정현이 볼을 운반하며 하프라인을 넘어온다. 오누아쿠가 이정현을 위해 드래그 스크린(drag screen)을 세팅, 소노의 얼리 픽앤롤이 시작된다. 오른쪽 코너가 완전히 비어 있는 엠티 코너(empty corner) 픽앤롤이다.

2. 오누아쿠가 스크린을 세팅하고 림으로 대시한다. 스크린에 걸린 오재현은 뒤에서 이정현을 따라가고 있고, 오누아쿠의 수비수인 워니는 이정현 앞에 서서 이정현의 동선을 미리 차지한다. 이때 왼쪽에서 김민욱은 이제 막 하프라인을 넘어오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민욱의 수비수인 최부경은 김민욱을 버려두고 오누아쿠 쪽으로 깊게 들어온다. 즉 3대2 수비 상황인 셈이다.

3. 돌파를 펼치던 이정현이 오른쪽 윙에서 멈추고 오재현과 워니가 이정현을 동시에 견제 중이다. 김민욱의 수비수인 최부경은 페인트존에 진입한 오누아쿠를 체크, 2대2 수비를 돕는다. 하프라인을 넘어온 김민욱이 딥 쓰리 지역에서 와이드 오픈 상황이 돼 있는 것이 보인다.

4. 이때 오누아쿠의 대응이 영리하다. 최부경이 자신에게 붙어 있는 것을 인지하고 어깨와 등을 이용해 최부경을 페인트존으로 밀면서 스크린을 건다. 김민욱을 자유롭게 만들기 위한 씰 스크린(seal screen)을 거는 것이다.

5. 거대한 오누아쿠의 씰 스크린을 최부경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정현이 이를 놓치지 않고 김민욱에게 패스를 뿌린다. 오누아쿠의 지능적인 플레이에 김민욱이 계속 자유로운 상태.

6. 김민욱이 와이드 오픈 3점을 던진다. 워니가 오누아쿠로 돌아왔고 오재현도 이정현에게 돌아왔지만, 오누아쿠의 씰 스크린에 한참 걸려 있었던 최부경은 김민욱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와이드 오픈 찬스를 내주고 말았다.

 

허웅-라건아 픽앤롤을 세팅하는 KCC의 공격

 

1. 최준용이 볼을 운반하며 탑에 자리를 잡으면서 5명의 선수가 페인트존을 비운 채 뿔(horns) 형태로 위치한다. 이를 혼 오펜스라고 부른다. 

 

2. 우측 코너에 있던 이근휘가 3점 라인으로 올라와 볼을 받고, 패스를 준 최준용은 라건아의 스크린을 받아 탑에서 왼쪽 코너로 컷하며 이동한다. 전형적인 UCLA 컷의 움직임이다.

 

3. 오른쪽 코너에 있던 허웅이 라건아, 이승현의 다운 스크린을 받아서 탑으로 올라온다. 이처럼 베이스라인 근처에 있던 선수가 탑 부근으로 마치 지퍼를 열듯 직선적인 컷으로 올라오는 것을 지퍼 컷(zipper cut)이라고 부른다. 이때 허웅을 위해 스크린을 거는 라건아와 이승현은 지퍼 스크린을 거는 셈이 된다. 즉 더블 지퍼 스크린을 활용한 허웅의 지퍼 컷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4. 허웅이 탑에서 볼을 받는 즉시 라건아가 허웅을 위해 볼 스크린을 걸어주며 픽앤롤이 시작된다. 이승현은 왼쪽 코너로 빠지면서 스페이싱.

 

5. 상대 수비의 선택은 2명의 선수가 허웅을 압박하는 것이다. 스크린을 거는 라건아는 즉시 림을 대시. 이근휘를 막고 있던 두경민이 페인트존 상단으로 깊이 들어와서 라건아를 체크하는 것이 보인다. 이때 왼쪽 코너에 있던 최준용의 움직임을 보자. 왼쪽 코너에서 슬그머니 윙으로 올라간다. 자신을 막고 있는 강상재가 페인트존에 처져서 라건아의 움직임을 함께 체크하지 못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6. 왼쪽 사이드 윙의 두경민은 이근휘를, 코너의 강상재는 최준용을 따라가면서 페인트존을 계속 지키지 못했고, 허웅의 패스가 라건아에게 향하면서 라건아가 와이드 오픈 골밑 득점을 만들어낸다.

 

*용어 설명*

UCLA 컷: 탑에 있는 선수가 윙에 있는 선수에게 볼을 주고, 업 스크린을 받으며 곧바로 림을 향해 움직이는 컷. 과거 UCLA 대학이 활용하면서 이름이 동일하게 붙었다.

지퍼 컷: 베이스라인에 있던 선수가 다운 스크린을 받아 탑으로 올라오는 직선적인 컷. 슈터들을 살리기 위핸 컷으로 많은 팀들이 활용한다.

드래그 스크린: 볼을 운반하는 핸들러에게 하프라인과 가까운 위치에서 걸어주는 빠른 스크린. 얼리 픽앤롤을 유발하는 볼 스크린이다. 핸들러의 중요성이 커진 현대농구에서 매우 유행하고 있는 스크린이다.

엠티 코너 픽앤롤: 코너를 비운 채 전개하는 픽앤롤. 엠티 코너 픽앤롤이 전개될 때 스트롱사이드는 2명이, 위크사이드는 3명이 자리하게 된다. 엠티 코너 픽앤롤의 스페이싱은 수비로 하여금 많은 고민을 안겨준다.

씰 스크린: 스크리너가 몸으로 수비수를 밀어내며 걸어주는 스크린. 강한 몸싸움과 힘으로 수비수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스크린과 차이가 있다.

 

사진 = KBL 제공, SPOTV 중계 화면 캡쳐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