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반도는 허리 뼈가 골절됐다. 선수 생명을 넘어 인생이 무너질 수도 있는 위험한 부상에 노출됐다

하지만 아반도를 쓰러뜨린 오누아쿠는 경기에 당당히 출전해 웃음을 터트리고 박수를 쳤다. 

KBL 재정위원회의 납득하기 힘든 결정에 의해 벌어진 촌극이다. KBL 재정위원회의 '솜방망이 징계'가 농구 팬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KBL은 지난 12월 30일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의 치나누 오누아쿠에게 300만원의 벌금 징계를 내렸다.

오누아쿠는 28일 정관장과의 경기 도중 공중에 떠 있던 상대 선수 렌즈 아반도를 밀쳤고, 위험하게 바닥에 떨어진 아반도는 그대로 코트를 떠났다.

검사 결과 아반도는 매우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요추 3번, 4번 좌측 횡돌기가 골절됐고 경추 인대도 염좌 부상을 입었다. 신경이 손상되지 않아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자칫하면 선수 생명을 넘어 인생이 뒤바뀔 수도 있는 초대형 부상에 노출될 뻔했다.

여기에 아반도는 경추 인대에 염좌 부상을 입었고 손목 인대의 삼각섬유연골복합체도 손상됐다. 후두부에는 타박상을 입어 뇌진탕이 의심되고 관찰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진짜 촌극은 이후에 벌어졌다.

경기 당일 이승무, 김백규, 이지연 심판으로 구성된 현장 심판진이 고의성이 다분한 오누아쿠의 동작에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고 넘어간 것도 모자라, 30일 열린 재정위원회에서는 300만원의 벌금 징계를 내리는 데 그쳤다.

납득할 수 없는 '솜방망이 징계'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농구계와 팬들 사이에서 공분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다.

한 농구 관계자는 "농구 경기에서 공중으로 점프한 선수를 미는 것은 절대 어겨서는 안 될 불문율이다. 오누아쿠의 이번 파울은 과거 애런 헤인즈가 김민구에게 했던 행동보다 훨씬 위험하다. 당시에 헤인즈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사과도 하고 출전 정지 징계도 받지 않았나. 재정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아반도가 입은 부상, 영상을 통해 드러난 오누아쿠의 고의성 등을 감안했을 때 가벼워도 너무 가벼운 징계라는 것이다.

출전 정지 징계가 아닌 300만원의 벌금 징계를 내린 재정위원회의 결정이, 소노의 팀 상황을 고려한 판단이라는 이야기까지 전해지면서 농구계와 팬들의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다.

 

어떤 스포츠 리그도 소속 팀의 상황을 고려하며 선수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지 않는다.

선수가 동업자 정신을 망각한 위험한 파울로 출전 정지 징계를 받고 그로 인해 소속 팀이 경기에서 피해를 본다면, 그건 선수 본인과 소속 팀의 잘못이다.

합당한 수위의 징계를 내린다면 리그엔 어떤 책임도, 잘못도 없다. 선수 본인과 팀에게 미안해 하거나 그들을 보듬을 일이 아니다.

특히 상대 선수의 선수 생명을 위협하는 파울을 한 선수에게는 확실하고 단호한 징계가 필요하다. 코트에서 뛰는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진정으로 리그가 해야 할 일이다.

이번 징계 결정을 통해 KBL은 단돈 300만원에 선수 보호에 대한 책임을 포기한 꼴이 됐다. 

이 결정은 향후에 벌어질 수 있는 위험한 파울에 대한 징계의 가이드 라인이 될 수 있기에 그 심각성이 더 크다.

또 다른 관계자는 "KBL도 자체 영상으로는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가 팬이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영상이 공개되고 논란이 되면서 상황이 바뀐 걸로 알고 있다. 그 영상이 아니었으면 그냥 그대로 입장을 유지하면서 징계 없이 유야무야 넘어갔을 것"이라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항간에서는 재정위원회의 이번 판단이 신생 팀 소노의 성공적인 연착륙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소문까지 들린다. 만약 사실이라면, 이 역시 매우 비합리적인 처사다.

소노는 이미 KBL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공식 회원이 됐다. 이는 소노가 프로농구 팀을 운영할 의사를 공식적으로 확인받았음을 의미한다.

공식 회원이 된 이상, 소노 구단과 소노 소속 선수는 당연히 다른 구단, 선수들과 동등한 대우와 처분을 받아야 한다.

리그가 신생 팀인 소노의 운영 의지와 이를 둘러싼 상황을 구태여 배려하고 생각해줄 필요는 없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타구단과 선수들 입장에선 KBL에 어떠한 신뢰도 가지기 힘들다.

재정위원회의 황당한 징계 수위에 분노한 KBL 팬들은 지난 2일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KBL 센터 앞에서 트럭 시위를 벌였다.

시위 주최 측은 "트럭 시위는 경징계가 결정된지 12시간 만에 오픈채팅을 통해 70여명이 모이고, 시위 모금액은 100만원이 넘는 등 팬들의 뜨거운 마음을 담아 기획됐다. 시위의 목적은 KBL의 경징계에 대한 규탄과, 경기 중 발생할 수 있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한 선수보호 조치 강화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트럭 시위에서는 "피해자는 누워있고, 가해자는 경기 진행, 맞는가?", "현장 심판은 부상 방조, 심판부는 직무유기", "선수의 고의파울, 심판의 운영미숙, 본부의 부실징계", "선수보호 팽개친 KBL, 누가 감동을 주겠는가?" 등 KBL에 대한 비판을 담은 17개의 문구가 전광판을 통해 노출됐다.

하지만 2일, 렌즈 아반도를 위험하게 추락시킨 소노의 오누아쿠는 당당하게 경기에 출전, 동료들을 위해 박수까지 치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KBL의 따뜻한 배려 속에 오누아쿠는 20점 15리바운드를 기록, 팀 승리를 이끌었다.

현장에서는 오누아쿠가 아반도에게 직접 제대로 된 사과를 전하지 않았을 뿐더러, 실제로는 이번 사태에 대한 별다른 죄책감을 못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반면 같은 시간 정관장과 LG의 경기가 열린 안양체육관에서는 렌즈 아반도가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피해자는 누워 있고, 가해자는 경기 진행"이라는 시위 문구가 그대로 실현된 하루였다.

사진 = KBL, 트럭 시위 주최 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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