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막판 2위 싸움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7일 열린 3경기에서 2위를 놓고 다투고 있는 LG와 KT의 운명이 갈렸다. LG는 한국가스공사를 홈에서 제압하고 4연승을 질주했고, KT는 KCC와의 막판 클러치 난타전 끝에 석패하며 3연패에 빠졌다. 이제 두 팀의 격차는 단 0.5경기. 두 팀은 오는 3월 11일 올 시즌 마지막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DB는 잠실 원정에서 삼성을 누르고 5연승을 질주했다. 리그 유일 7할 승률 팀인 DB는 같은 날 KT가 패하면서 정규리그 우승 확정을 위한 매직넘버를 '3'으로 줄였다. DB는 남은 8경기에서 5승만 거둬도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2003-2004시즌의 승수(40승)를 넘어서게 된다.

창원 LG(29승 17패, 3위) 82-59 대구 한국가스공사(19승 28패, 7위)
창원 LG
아셈 마레이 10점 15리바운드(공격 8)
양홍석 12점 7리바운드 6어시스트
이재도 10점 2리바운드 3어시스트
대구 한국가스공사
이대헌 14점 2리바운드
듀반 맥스웰 10점 8리바운드
신승민 10점 7리바운드 2어시스트

1쿼터 : 21-10
2쿼터 : 18-18
3쿼터 : 21-13
4쿼터 : 22-18

LG가 홈에서 가스공사를 제압하고 4연승을 질주했다. 아셈 마레이가 복귀한 FIBA 휴식기 이후 3경기에서 전승. 이날 승리로 LG는 2위 KT와의 승차를 0.5경기까지 좁히는 데 승리했다.

LG는 오는 11일 창원에서 열리는 KT와의 시즌 최종전에서 승리할 경우 2위를 탈환하게 된다. 이미 KT와의 상대전적에서 3승 2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LG는 설사 11일 경기에서 패해 상대전적이 동률이 되고 다시 승차가 벌어지더라도 KT 상대 누적 득실마진 우위(현재 +16점)만 유지한다면 남은 일정에서도 KT와의 2위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

LG-KT의 초접전 2위 경쟁(승차는 1위 기준)
2. KT: 29승 16패, 승차 6.5
3. LG: 29승 17패, 승차 7.0
*올 시즌 상대전적 LG 3승 2패 우위. 맞대결 누적 득실마진 역시 LG가 +16점으로 우위.

LG의 무시무시한 수비력이 빛났던 경기. 이날 가스공사 앤드류 니콜슨의 출전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LG는 니콜슨에 대한 수비법과 맥스웰에 대한 수비법을 2-3가지로 고르게 준비했다. 

특히 맥스웰이 뛸 경우 후안 텔로와 아셈 마레이가 드랍백 수비(스크리너 수비수가 페인트존 가까이 처지는 형태의 수비)를 가져가는 방식을 활용했다. 맥스웰이 2대2에서 팝아웃을 하더라도 드리블 돌파를 활용한 림 어택 빈도가 매우 높다는 점을 이용한 수비법이었다.

 

여기에 더해, 위 장면처럼 하이 픽앤롤 주변에서 제 3, 제4의 수비수들이 적극적인 스턴트 수비(자신이 막고 있는 공격수가 아닌 다른 공격수 쪽으로 달려가는 척하다가 돌아오는 수비) 와 손질을 통해 상대 2대2 게임의 동선을 방해하고 파생 득점 창출을 막는 수비도 보여줬다.(위 장면을 보면 첫 2대2 수비 상황에서 오른쪽 사이드에서 양홍석이 맥스웰을 견제하기 위해 깊게 들어오고, 이어지는 상황에서 벨란겔에 볼이 돌아오자, 오른쪽 코너맨을 막던 유기상이 벨란겔에게 가는 척하다가 돌아가는 스턴트 수비를 펼친다.)

조상현 감독 체제 이후 꾸준히 유지됐던 LG 특유의 짠물 수비 농구가 FIBA 휴식기 이후 막바지 순위 경쟁에서도 빛을 내고 있다. LG는 FIBA 휴식기 이후 경기당 61.0점을 내주고 있는데, 이는 압도적인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공격에서는 속공&세컨드 찬스 득점의 조합이 빛을 봤다. 아셈 마레이의 복귀로 얻을 수 있는 효과다. 마레이의 수비 리바운드 이후 빠른 전진 패스와 속공 전개로 스피드 득점을 극대화하고, 공격 리바운드 이후에는 질 좋은 세컨드 찬스 공격으로 득점을 쌓는 것이다. LG가 그토록 마레이의 복귀를 기다려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FIBA 휴식기 이후 실점 TOP 3
1. LG: 61.0점(야투 허용률 38.9%)
2. SK: 72.5점(야투 허용률 41.1%)
3. 한국가스공사: 74.5점(야투 허용률 52.7%)

마레이 효과(휴식기 후 3경기 LG의 공격 리바운드 마진)
24/3/1 vs 정관장: 12-6 우세
24/3/3 vs KT: 14-7 우세
24/3/7 vs 가스공사: 15-7 우세

 

양홍석의 경우 위의 두 장면처럼 가스공사의 2대2 수비를 상대로 특유의 하이-로우 형태를 만들고 추가 패스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브릿지 역할을 안정적으로 수행해냈다.

특히 두 번째 장면에서는 가스공사의 스크램 스위치를 예상하고 반대 윙으로 멋진 스킵 패스를 뿌리며 동료들의 득점을 도왔다.

이재도-외국선수의 2대2 => 양홍석의 하이-로우 대형 생성 => 추가적인 패스를 활용한 수비 공략은 올 시즌 LG가 자주 선보이는 공격 패턴이다. 다만 작전타임 중 질책을 들었듯이, 수비 코트에서 더 좋은 에너지 레벨을 보여주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KBL 역대 루키 시즌 최다 3점 성공 기록
1. 김민구(KCC): 88개
1. 신기성(나래): 88개
3. 두경민(동부): 85개
4. 이정현(한국인삼공사): 83개
5. 김지후(KCC): 78개
5. 유기상(LG): 78개(진행 중)

 

수원 KT(29승 16패, 2위) 94-96 부산 KCC(25승 20패, 5위)
부산 KCC
허웅 18점 3리바운드 8어시스트, 야투 6/22
라건아 18점 15리바운드(공격 8)
이승현 15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
수원 KT
패리스 배스 29점 14리바운드 4어시스트, 야투 13/26
한희원 20점
허훈 17점 6어시스트, 3점슛 2/5

1쿼터 : 23-27
2쿼터 : 19-25
3쿼터 : 23-23
4쿼터 : 29-21

KCC가 KT와의 클러치 난타전에서 승리, 2연승을 질주했다. 직전 소노전에서 올 시즌 리그 최다인 117점을 폭격하는 화력을 보여줬던 KCC. 이날도 96점을 쏟아 부으며 최준용, 송교창의 공백을 무색케 했다.

특히 막판 KT의 맹추격에 이은 패리스 배스의 역전 3점, 허웅의 버저비터 역전 3점은 올 시즌 KBL에서 나온 최고의 명장면이었다고 해도 될 것이다.

12년 전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나왔던(당시 KT 홈) KT 조성민과 전자랜드 문태종의 3점 쇼다운을 다시 떠올리게 했던 명장면이었다.

2쿼터 들어 본격적으로 리드를 벌린 KCC는 이후 경기 대부분의 시간 동안 리드를 잡았다. 속도전과 트랜지션 공방전에서 우위를 점한 덕분이었다.

존슨은 패리스 배스의 수비를 맡는 것은 물론 수비 리바운드 이후 직접 볼 운반을 시도, KCC의 공격 템포 올리기에 나섰다. 허웅-라건아의 픽앤롤&픽앤팝 게임을 활용한 상대 수비 어택 역시 효율적으로 전개됐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돋보였던 선수는 역시 이승현이다. 전창진 감독이 경기 후 극찬한 것처럼, 이날 이승현은 40분 동안 코트를 누비며 공수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가장 고무적인 것은 공격 코트에서의 자신감 회복. 올 시즌 내내 상대 팀의 노골적인 새깅 수비를 점퍼로 공략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공격 적극성을 보여주지 못했던 이승현. 하지만 최준용, 송교창이 빠진 지난 2경기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날 KT전에서는 위 장면처럼 코너 픽앤롤로 미스매치를 유발한 뒤 이를 포스트업으로 공략하거나

자신의 마크맨이 라건아를 견제하기 위해 펼치는 새깅에 이은 클로즈아웃 수비를 드리블 돌파로 어택하는 등 완전히 변한 공격성을 보여줬다.

앞선 칼럼에서도 언급했지만 이승현은 KCC 수비에서 절대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카드다. 넓은 헬프 범위로 전방위 수비를 펼치며 팀의 수비 안정성을 지탱하는 선수이기 때문.

다만 그동안은 공격에서의 퍼포먼스가 불안하고 답답한 부분이 있었는데, 최근 2경기와 같은 적극성을 앞으로 꾸준히 보여줄 수 있다면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단 4초의 리드, 결국 웃은 KCC(7일 양 팀 리드 시간)
KT: 0분 4초
KCC: 39분 18초

서울 삼성(10승 36패, 10위) 85-99 원주 DB(36승 10패, 1위)
원주 DB
김종규 19점 5리바운드
이선 알바노 17점 6어시스트, 야투 7/11
강상재 16점 9어시스트
서울 삼성
코피 코번 31점 15리바운드
홍경기 10점 3어시스트
신동혁 10점 2리바운드

1쿼터 : 17-23
2쿼터 : 21-28

3쿼터 : 24-26
4쿼터 : 22-23

DB가 삼성 원정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수확, 5연승을 질주했다. 이날 승리로 36승 고지를 밟은 DB는 같은 날 패한 KT와의 격차를 6.5경기로 벌리며 매직넘버를 순식간에 '3'으로 줄였다.

36승은 DB 역대 5위에 해당하는 정규시즌 승수 기록이다. 매직넘버 지우기와 별개로 DB는 남은 8경기에서 5승만 챙기면 구단 2위 기록인 40승(2003-2004시즌)을 넘어서게 된다.

혹여나 남은 8경기를 모두 승리하면, 역대 1위 기록은 2011-2012시즌의 44승에도 도달할 수 있다. 올 시즌 DB의 퍼포먼스와 독주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매직넘버3' DB의 우승 확정일은?(향후 5경기 일정)
3월 9일, vs KCC(원주)
3월 14일, vs KT(원주)
3월 16일, vs 현대모비스(울산)
3월 17일, vs LG(창원)
3월 21일, vs SK(서울)

DB 정규리그 최다승 기록
11-12시즌: 44승(10패) => 정규리그 우승
03-04시즌: 40승(14패) => 정규리그 우승
07-08시즌: 38승(16패) => 정규리그 우승
17-18시즌: 37승(17패) => 정규리그 우승
04-05시즌: 36승(18패) => 정규리그 우승
23-24시즌: 36승(10패) => 잔여경기 8경기

이날 DB가 삼성을 잡은 포인트는 삼성이 김효범 감독대행 체제 이후 구축한 2대2 수비법을 효과적으로 공략한 덕분이었다.

삼성은 올 시즌 내내 코피 코번의 2대2 수비 불안으로 인해 팀 수비가 크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코번의 느린 발과 가로 움직임을 상대 팀들이 노골적으로 공략했고, 여기에 트랜지션 수비 불안까지 가중되면서 실점이 크게 늘어났다.

김효범 감독대행 체제 이후 삼성이 수비적으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삼성이 찾아낸 해결책은 아래와 같았다.

일단 스위치를 통해 미스매치를 허용하되, 상대가 미스매치를 공략하기 위해 페인트존에 볼을 투입하면 곧바로 코번이 페인트존에 헬프를 가면서 로테이션을 도는 수비법으로 막아내는 것이다.

심지어 코번이 스크리너의 수비수가 아닌 경우에도 이 방법은 그대로 적용되곤 했다.

하지만 최근 가스공사전과 이날 DB전에서 그 수비법이 공략당하기 시작했다.

가스공사는 페인트존에 볼을 넣는 대신 핸들러인 벨란겔이 코번과의 미스매치를 공략하는 방법으로 삼성의 수비를 괴롭혔다.

그리고 DB는 강상재가 빠른 볼 스크린으로 스위치 수비를 유발하고, 강상재에게 볼을 투입한 후, 코번이 헬프 수비를 오면 이를 적절한 컷인과 클로즈아웃 수비 어택으로 공략하는 작업을 전반 내내 안정적으로 해내며 경기를 주도했다.

위 장면처럼 알바노-강상재의 2대2에 이은 코번의 더블 팀을 알바노가 적절한 클로즈아웃 수비 어택으로 득점으로 마무리하는 장면도 있었고

혹은 위처럼 드래그 스크린으로 강상재 쪽에서 미스매치를 유발, 코번의 헬프를 유발하고 이를 위크사이드에서의 베이스라인 컷으로 공략하기도 했다.

위 장면에서는 알바노-김종규의 2대2로 스위치 수비를 유발, 포스트 볼 투입 후 이뤄지는 코번의 헬프를 로슨의 컷인과 위크사이드에서의 적절한 스페이싱으로 유현준의 3점으로 공략하는 모습이 나왔다.

혹은 빅-빅 픽앤롤을 활용, 슬립 동작으로 코번의 스위치 수비를 공략하는 모습도 있었다.(픽앤롤에서 스크리너의 슬립 동작은 스위치 수비를 공략하는 대표적인 공격 방법이다. KT 역시 최근 삼성과의 맞대결에서 배스-하윤기의 픽앤롤에 이은 하윤기의 슬립으로 이를 무너뜨린 바 있다.)

삼성 입장에서는 남은 정규리그 경기에서 수비를 다시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스위치-코번 헬프로 이어지는 수비 공식에 변화를 줄 필요도 있을 것이다. 코번의 헬프 여부에 변주를 주거나, 코번의 헬프 타이밍을 바꾸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삼성의 판단과 변화 여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진 = KBL 제공
기록 = KBL STA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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